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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트루퍼스 vs 영원한 전쟁[퍼온글]

원저작자 : 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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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하인라인과 조 홀드먼

SF계에서도 베트남전이라는 화두는 피해갈 수 없는 편가르기 논쟁의 축이었습니다. 하인라인을 포함한 보수세력과 어슐러 르귄을 포함한 진보세력(그리고 끝내 침묵하였던 로저 젤라즈니)이 명확하게 갈렸던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조 홀드먼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에서 ‘전투공병’으로 징집되어 참전하였고, 온 몸에 수류탄의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은 뒤 제대하게 됩니다.

 

행정병의 워드질과 공병의 삽질, 그 간극

하인라인이 행정담당이었던 것과는 달리 홀드먼은 낯선 이국땅에서 삽과 M16을 짊어지고 베트콩들과 싸웠다는 사실. 당연히 책상 앞에서 타자나 쳤을 게 뻔한 하인라인의 전쟁로망과는 달리 홀드먼의 글에서는 리얼한 전투묘사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전투와 전투 사이의 긴장감, 긴 휴식에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 귀환용사가 되어 고국을 찾았을 때 너무나 달라진 고국에 대한 이질감, 문화적 충격(culture shock) 등을 세세히 묘사한 솜씨는 실제 전투에 참전하였던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전쟁의 로망’과 ‘전쟁의 비극’, 낭만적 이상과 비극적 현실의 차이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볼 수 있는 전투와는 달리 영원한 전쟁의 전투는 건조함과 실제적 위기감을 잘 표현했습니다. 사실 스타십 트루퍼스의 전투는 군대 안 온 사람이 보기엔 훨씬 더 신나고 재미있고 긴박감 넘치는 전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군대 와본 사람은 알지요. 모의전투 한 번 하려고 해도 최소 몇 주 최대 몇 개월간 열라게 삽질하고 산더미 같은 업무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비극적 사실을. 영원한 전쟁은 스타십 트루퍼스처럼 그냥 던져준 강화복 입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그런 전쟁이 아닙니다. 어제 같이 잤던 전우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전멸의 위기 속에 내동댕이쳐진 자신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살기 위해 총질을 해야 하는 전쟁입니다. 엘리트 징집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법에 의해, 그저 외계생명체가 공격한다는 이유 만으로, 99%가 전사할 가능성이 농후한 전장에서 몇 백 년 후의 무기를 들고 왔을지도 모르는 외계인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복무 연수를 채우기 위해서라는 처음의 목표는 같지만, 자신을 위해서인 스타십 트루퍼스와는 달리 영원한 전쟁은 살아 돌아가기 위한 전쟁입니다.

보수적 자유주의에 가까운 하인라인의 사상은 뒤브아 선생의 입을 빌려 심심할 때마다 재미있는 전쟁얘기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습니다. 듀나가 ‘하인라인은 이 참견쟁이들이 뒤로 빠져있을수록 좋은 소설이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여름으로 가는 문’이나 ‘달은 무정한 여왕’, 특히 ‘이방의 이방인’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히피들의 성전이라고까지 이야기하던 ‘이방의 이방인’과 ‘스타십 트루퍼스’를 비교해보면 과연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니까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사상이 보수적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폭력은 역사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는 말에서 시작한 뒤브아의 주장은 정치적인 논쟁거리를 제시하며 의무복무를 마친 사람만이 투표권을 가지는 시민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예찬하는데, 이는 ‘정치에 참여하여 나라를 이끌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위해 자신을 -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케네디가 제시한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이 주장을 보수적으로 해석한다면 ‘국가를 위해 충성하라’라고 단순히 말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국가라는 틀을 이용하여 타인을 구속할 수 있는 권력을 주장하고자 할 때에는 먼저 자신이 그 틀 안에서 자신을 구속하여 그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자신의 자발적인 선택과 그에 따르는 자부심으로 국가를 이끌어나갈 인재임으로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참 시민이라는 사실을 나타내라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한 흑백논리에 지나지 않지만, 엘리티즘과 메카시즘이 난무하던 미국의 전후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주 틀려먹은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는 국가에 대한 긍정의 방식으로서 가장 명확한 가이드라인 ? 의무복무를 통한 절대적 애국심 ? 을 제시하고 ‘권리에 대한 의무’라는 논쟁거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쟁이 계속되어 군부의 권력독점과 함께 군대식 정치가 횡행할 가능성, 막강한 군대가 가지는 경제 사회적 파급력이 미칠 영향에 대한 사회과학적 탐구 등을 소홀히 하여 여러 모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지만, 그래도 단순한 엘리티즘과 광기어린 메카시즘을 벗어날 수 있는 정치적 안정성과 자격을 갖춘 정치세력을 만드는 이상적 체제의 구현이라는 진지한 모색은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만한 것은 아닐 듯합니다.(특히 의무복무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말이죠)

이에 대해 영원한 전쟁은 지극히 비판적입니다. 이는 베트남전 전후의 미국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적 태도와 맞닿아있습니다. 전쟁의 실체를 숨기며 전쟁을 영원히 지속시키려는 군부의 태도는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취했던 모습과 일치하며, 결국 군부 위주의 지구가 디스토피아적으로 변해버린 장면을 목격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비대해진 군부와 이를 유지시키기 위해 전 지구의 경제와 사회적 역량을 군부에 투입하는 과정이 수 세기동안 지속되며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지구의 모습, 그것은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적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지구입니다. 비록 전쟁이 계속된다는 것은 일치하나 스타십 트루퍼스와 영원한 전쟁은 지극히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이는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겠지요. 스타십 트루퍼스의 전쟁은 뚜렷한 적을 상대로 하는 확장전쟁에 가깝습니다. 적은 인류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위협세력이고 ‘반드시 격멸해야 할 군의 주적’이지요. 영원한 전쟁의 전쟁은 과연 적인지조차 알 수 없는 외계인을 상태로 수십세기동안 지속되는 장기전으로서, 결국 양측의 몰이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결말을 맺게 됩니다. 스타십 트루퍼스 주인공이 다분히 영웅적인 것에 반해 영원한 전쟁의 주인공이 반영웅적 인물이라는 점도 이러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이외에도 사회적 시각의 차이라든지 인물을 다루는 차이점이 많이 있습니다. 성적인 부분이 거의 나오지 않고 단순한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10대 청소년 타깃의 스타십 트루퍼스와는 달리 영원한 전쟁에서는 전후 사회에 대한 묘사와 귀환병들이 느끼는 컬쳐쇼크, 카운터컬쳐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동성애와 대안사회, 클론사회 등에 대한 묘사가 작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 소설이 비단 전쟁소설만이 아닌 베트남전 전후의 사회에 대한 SF적 표현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쟁과 군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스타십 트루퍼스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요. 둘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스타십 트루퍼스에 대해 반은 오마주로, 반은 안티테제로서 쓰여진 영원한 전쟁이다보니 일부러 비슷한 표현을 쓴 부분도 많고 직접적인 반박을 표한 부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둘다 걸출한 명작이라는 점이 돋보이지요. 책vs책이라는 테마로서 이보다 더 적합한 대상을 찾기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by 하늘선물 | 2008/02/18 13:15 | 문학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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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 전쟁 -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샘터사후속편인 '유령여단'이 여기저기에서 회자되는 상황인데 뒷북도 한참 뒷북이다. 두둥-스타십 트루퍼스 vs 영원한 전쟁- 에 관해선 항상 후자쪽에 마음이 가는 편인지라,로버트 하인라인 운운하는 광고 문구가 오히려 장벽이 된 경우. 그 문구가 틀렸다는 건 아니 ... more

Commented by nevermind at 2010/08/09 01:19
링크, 퍼가도 괜찮겠지요? 원저작자분의 블로그에서 글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미리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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